지이코노미 양하영 기자 | 비만이나 지방간 등 대사 이상을 동반한 간암 환자에게서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구체적인 원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병용 치료 전략까지 제시해 맞춤형 항암 치료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북대병원(박근규 교수), 칠곡경북대병원(최연경 교수), 경북대 약대(변준규 교수), 계명대 의대(김미경 교수) 공동연구팀(제1저자 김동호 박사)은 지방산이 축적된 환경에서 간암세포가 면역항암제에 저항성을 갖게 되는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최근 간암 치료의 대세로 자리 잡은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는 혁신적인 치료제로 꼽히지만, 환자마다 반응률이 제각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특히 비만과 지방간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가 낮은 점에 주목했다.
연구 결과, 고지방 환경에 노출된 간암세포는 스스로 대사 과정을 재편성(재프로그래밍)하여 '페롭토시스(Ferroptosis)'라 불리는 철 의존적 세포사멸 과정에 저항성을 갖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다. 만성적인 지방산 노출은 간암세포의 글루타민 대사를 억제해 세포 내 '알파-케토글루타르산(α-ketoglutarate)'을 감소시킨다. 이는 후성유전학적 변화(H3K27me3 증가)를 일으켜 철 대사 관련 호르몬인 '헵시딘(Hepcidin)'의 발현을 억제하고, 결과적으로 세포 내 철 함량을 줄여 면역세포 공격에 의한 세포사멸(페롭토시스)을 방해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저항 기전을 역이용하는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후성유전 조절 인자인 EZH2를 억제하는 상피양육종 치료제인 '타제메토스타트(Tazemetostat)'를 면역항암제와 함께 투여한 것이다.
실험 결과, 병용 투여 시 암세포의 페롭토시스 감수성이 회복되면서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유의미하게 향상됨을 확인했다. 이는 대사성 지방간을 동반한 간암 환자들에게 기존 치료의 한계를 넘어서는 맞춤형 치료 근거를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규 교수는 “지방산–글루타민 대사–후성유전 조절–페롭토시스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 구체적 기전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대사성 지방간 질환 간암 환자에서 맞춤형 병용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와 교육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대사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Metab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l(IF: 11.9)’ 온라인판에 12월 17일 게재되어 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