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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현관 군수 “땅끝이라 불리던 해남, 요즘은 다른 자리에서 불린다”

- AI·에너지 국가 과제, 해남 일정표에 하나씩 올라오다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해남군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따라붙던 말은 오랫동안 ‘땅끝’이었다. 지리적 사실을 담은 표현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인식까지 함께 얹혀졌다. 그래서 해남의 변화는 늘 ‘성장’보다는 ‘탈피’라는 말로 설명되곤 했다.

 

이 공식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서다. 변화는 구호보다 일정표에서 먼저 드러났다. 국가 단위 사업과 대기업 프로젝트, 여기에 AI와 에너지라는 단어가 동시에 해남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명현관 군수는 최근 송년사에서 “이제 해남은 땅끝이 아닌, 대한민국 AI·에너지수도의 심장”이라고 말했다. 표현은 단호했지만, 이 말은 하루아침에 나온 선언이라기보다는 지난 시간의 흐름 위에 놓인 문장에 가깝다. 지난 1년을 차분히 되짚어보면, 이 발언이 나온 자리를 짐작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사례는 국가AI컴퓨팅센터다. AI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은 비교적 분명하다. 알고리즘보다 앞서는 것은 연산 인프라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이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산업의 지도도 함께 달라진다. 국가 핵심 인프라가 해남에 들어서면서, 이 지역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이전과는 다른 결을 띠기 시작했다.

 

여기에 LS그룹이 추진하는 화원산단 해상풍력 전용항만 구축사업이 겹쳤다. 에너지 전환이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항만과 물류, 산업시설로 이어지는 지점에 해남이 놓이게 된 셈이다. AI와 에너지라는 두 국가 과제가 같은 지역에서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한 장면이다. 이쯤 되면 우연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 흐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OpenAI와 SK그룹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첨단기업 유치 가능성도 논의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 아직 모든 것이 확정 단계는 아니다. 다만 분명해진 점 하나는 있다. 해남이 더 이상 검토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논의의 출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산지소형 에너지 전환의 핵심 축으로 언급되는 RE100 국가산업단지 역시 해남 입지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된다. 한때는 상상에 가까웠던 이야기들이 행정 검토와 사업 구상 단계로 옮겨가면서, ‘기회’라는 말도 점차 구체성을 띠고 있다.

 

군은 산업 변화가 특정 구역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생활 여건을 함께 손보고 있다. 솔라시도 기업도시를 중심으로 교육·주거·의료 인프라를 동시에 다듬고, 해남읍과 솔라시도를 잇는 직통 교통망 확충도 주요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산업은 들어오되, 생활은 남겨두겠다는 방향이다.

 

농어업 분야에서도 변화의 결은 이어진다. 국립농식품기후변화대응센터와 탄소중립 에듀센터가 착공을 앞두고 있고, 해남군 농업연구단지를 중심으로 AI·스마트농업을 접목한 시도도 확산되고 있다. 전통 농업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방식은 조금씩 바꾸려는 접근이다.

 

성과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전라남도 농정업무·농식품유통업무 종합평가 4년 연속 대상, 고소득 농업인 비율 전남 1위. 해남미소는 올해도 250억 원 안팎의 매출이 예상되고, 로컬푸드 직매장은 누적 매출 230억 원을 넘겼다. 생산과 유통, 소비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광과 스포츠는 생활인구를 끌어올리는 또 다른 축이다. 공룡대축제와 해남미남축제는 지역 대표 행사로 자리를 잡았고, LPGA 대회와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13만6000여 명이 해남을 찾았다. 숫자보다 의미 있는 변화는 방문이 체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경제로 시선을 돌리면 해남사랑상품권이 있다. 발행 7년 만에 누적 판매액 8200억 원을 넘어섰다. 소상공인 지원 정책과 읍·면 단위 생활기반 거점시설 확충, 지역개발사업이 함께 이어지며 체감도 역시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정 신뢰도 역시 흐름을 설명하는 중요한 지표다. 해남군은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처음으로 1등급을 받았고, 메니페스토 공약이행평가에서는 전남에서 유일하게 7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유지했다. 성과를 내는 행정과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해남의 변화는 아직 완성형이라기보다는 진행형에 가깝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해진 점은 있다. 이 지역을 설명하던 문장에서 ‘끝’이라는 말이 점점 자리를 잃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다른 단어들이 조심스럽게 채우기 시작했다.

 

명현관 군수는 송년사를 통해 “이 모든 변화는 군민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해남이라는 이름이 국가 정책과 산업 논의의 여러 자리에서 반복해 불린 사실이 이 말을 뒷받침한다.

 

명 군수는 또 “자긍심 넘치는 해남을 만들어온 가장 큰 원동력은 군민과 향우 여러분”이라며 “새해에도 군민과 함께 더 큰 꿈과 새로운 희망을 품고, 살맛나는 으뜸 해남을 차근차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