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 농업의 가장 큰 변수는 결국 ‘물’이다. 가뭄이 오면 논이 먼저 말라가고, 비가 몰리면 밭이 먼저 잠긴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 숙제를 전남도가 정면으로 건드렸다. 올해 농업생산기반시설 정비에 전국 최대 규모인 4775억 원을 투입한다. 지난해보다 210억 원 늘어난 수치다.
이번 정비사업은 단순히 시설을 손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농업용수 공급을 안정적으로 묶고, 재해 대응력을 끌어올려 “버티는 농사”에서 “준비하는 농사”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흐름이 읽힌다. 국비와 도비를 함께 엮어 투자 규모를 키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비 지원사업만 봐도 손대는 범위가 넓다. 배수개선사업은 62지구에 1237억 원이 들어간다. 물이 빠져야 농사가 산다는 말 그대로, 침수 취약지부터 정비가 시작된다. 농촌용수 개발사업은 5지구 217억 원, 방조제 개보수사업은 41지구 375억 원을 반영했다. 영산강 대단위 농업개발사업도 2지구 348억 원이 책정됐다. 수리시설개보수사업은 1분기 중 대상 지구를 확정해 순차 추진한다.
도비 사업은 현장 체감도가 높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803억 원을 들여 밭기반 정비, 대구획 경지정리, 흙수로 구조물화 등을 추진한다. 농번기마다 발목을 잡던 불편을 줄이고, 기계화 영농이 가능하도록 농지 여건을 손보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노후 저수지 시설물 보수·보강, 자동 수위측정장치 설치까지 묶었다. 비가 한꺼번에 쏟아질 때도, 반대로 물이 부족할 때도 “예측하고 대응하는 농업”으로 가겠다는 계산이다.
전남도가 관리하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은 규모 자체가 방대하다. 저수지 3207개소, 양·배수장 1067개소, 취입보 1666개소 등 총 1만645개소에 이른다. 전남도와 시군, 농어촌공사는 분기별 정기·정밀 안전점검을 통해 위험 시설부터 순차 정비를 이어가고 있다. 관리가 곧 안전이고, 안전이 곧 생산성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유덕규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은 “기후변화로 농업 재해 위험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농업생산기반시설 확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농업인이 안심하고 영농에 전념할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농사는 하늘만 바라보며 짓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물길을 다지고, 배수로를 정리하고, 저수지의 안전을 끌어올리는 일은 결국 한 해 수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보험이다. 전남도가 이번 4775억 원 투자로 농업 현장의 불안을 얼마나 덜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