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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청호나이스 사태가 드러낸 ‘3류 기업의 작동 방식’

소비자는 ‘설명 대상’이 아니라 ‘처리 대상’
말 바꾸기와 책임 전가, 반복되는 내부 매뉴얼
기준 없는 대응, 사라진 거버넌스
이대로라면 국회 질문대로 갈 수밖에 없어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청호나이스 사태는 더 이상 개별 고객 분쟁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 의사결정이 오락가락하는 구조가 동시에 드러난 조직 전반의 거버넌스 실패 사례다. 그리고 이런 조직은 예외 없이 늘 같은 자리에 머문다. 시장에서 말하는 ‘3류 기업’의 조건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이코노미의 연속 보도 이후에도 청호나이스는 사과도, 해명도, 공식 반론도 내놓지 않았다. 대신 보도 직후 고객에게 연락해 “위약금 없이 회수하겠다”고 제안했다가, 그 배경을 묻자 “그럼 없던 일로 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후 내부 기록에는 이를 ‘고객 거부’로 정리했고, 다음 날에는 카카오톡으로 ‘서비스 처리 불가(고객 요청)’라는 안내를 일방적으로 발송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것은 단 하나다. 소비자를 ‘설명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정리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는 태도다.

 

■ 설명하지 않는 조직, 기록으로 책임을 덮는 구조

 

청호나이스는 한 번도 “왜 방침이 바뀌었는지”, “누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 “초기 제안이 왜 철회됐는지”를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이 제기되자 제안을 철회했고, 불리해지자 내부 기록을 ‘고객 요청’으로 정리했다.

 

이는 개인 상담원의 문제가 아니다. 설명 대신 기록으로 책임을 덮고, 기준 대신 상황 논리로 움직이는 조직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런 조직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정리해 버리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결국 소비자는 어느 날 갑자기 “고객이 거부했다”는 기록 속 주인공이 되고, 기업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음 건으로 넘어간다. 위기는 해결되지 않고, 다만 문서 속에서만 처리된다.

 

■ 거버넌스가 없는 기업의 전형적 징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응을 거버넌스 부재의 명확한 신호로 본다. 명확한 기준도, 책임 라인도 없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뀌고, 담당자마다 설명이 달라진다. 윗선의 판단은 보이지 않고, 최종 책임자는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소비자 분쟁에서 최고경영진이 끝까지 침묵하는 조직은 내부적으로도 책임 회피 문화가 고착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외형만 중견기업일 뿐, 운영 방식은 여전히 영세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거버넌스가 없는 조직은 위기 대응을 하지 못한다. 위기를 관리하는 대신, 기록으로 덮을 뿐이다.

 

■ 그래서 영원히 ‘3류’를 벗어나지 못한다

 

청호나이스가 보여준 모습은 소비자 중심 기업이나 혁신 기업의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기준을 세우지 않으며, 설명하지 않는 조직은 결코 신뢰를 쌓을 수 없다.

 

이런 기업은 매번 같은 유형의 분쟁을 반복하고, 그때마다 “규정상 문제 없다”는 말로 시간을 벌 뿐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1류와 3류를 가르는 기준은 기술이나 규모가 아니다. 태도이고, 시스템이며, 책임지는 방식이다.

 

소비자를 무시하는 태도는 기업의 성장 한계를 스스로 고정시키는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국 기업 스스로를 ‘제자리’에 묶어 둔다.

 

■ 이제 질문은 제도와 국회로 향한다

 

사안이 이처럼 반복되고, 기업이 끝내 설명 책임을 회피한다면 감독과 견제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제도적 수순이다. 자동결제 구조, 내부 기록 처리 방식, 언론 보도 이후의 태도 번복까지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충분히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비자단체 일각에서는 “기업이 언론의 문제 제기에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면, 공개된 자리에서 책임자를 불러 묻는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경우 질문의 대상은 더 이상 현장 직원이 아니다. 의사결정 구조와 최고 책임자가 될 수밖에 없다.

 

■ 침묵은 선택이다, 그리고 선택에는 평가가 따른다

 

청호나이스는 지금도 선택할 수 있다. 설명할 수도 있고, 사과할 수도 있으며, 명확한 기준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이렇게 평가될 것이다. 소비자를 무시했고, 책임을 피했고, 결국 스스로를 3류에 묶어 두었다고.

 

지이코노미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기업의 소비자 대응 방식과 거버넌스 수준이 시장 신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계속 점검할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이 문제는 기업 차원을 넘어, 국회와 감독기관의 책임 영역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선택이며, 선택에는 반드시 평가가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