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중국 정부가 전기차에 적용돼 온 전동식 매립형 도어 손잡이를 사실상 금지하는 강도 높은 안전 규제를 도입했다. 화재나 충돌 사고로 전원이 차단될 경우 문이 열리지 않아 승객이 차량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2027년 1월부터 판매되는 모든 신규 차량에 전원 차단이나 사고 상황에서도 작동 가능한 내·외부 도어 손잡이 설치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확정했다. 이미 승인 절차를 거쳐 출시가 임박한 차량도 2029년 1월 1일까지 설계를 변경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당국은 이번 조치가 “자동차 안전 설계 수준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식 도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탈출이 지연되는 사고가 반복적으로 제기된 만큼, 디자인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의미다.
매립형 손잡이는 도어 표면 안으로 들어가 있어 기본 상태에서는 손으로 잡을 수 없고, 키·스마트폰 인식이나 버튼 조작을 통해 돌출되는 구조다. 제조사들은 공기저항 감소와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지만, 비상 상황에서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규제의 직접적 배경에는 실제 사고가 있다.
지난해 10월 샤오미의 전기차 ‘SU7 울트라’ 사고에서 전력 차단으로 도어가 열리지 않아 승객이 차량에 갇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숨김형 손잡이의 안전성 논란이 급속히 확산됐다.
소비자 불만도 뚜렷하다. JD파워에 따르면 2024년 배터리 전기차 소유자 가운데 도어 손잡이 관련 문제를 경험한 비율은 차량 100대당 3.1건으로, 2020년의 0.2건에서 크게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크리스 리우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전기식 팝업·버튼식 숨김 도어 손잡이를 국가 안전 규격으로 명시적으로 금지한 첫 주요 자동차 시장”이라며 “다른 지역도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이를 제도화한 것은 중국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설계 변경과 부품 재설계로 제조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특히 디자인 요소를 중시해 온 프리미엄 전기차에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의 대응은 엇갈린다. BYD의 스텔라 리 부사장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정부 요구에 맞춰 설계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테슬라 역시 중국 규제에 맞춰 변경을 진행할 방침이다. 앞서 로빈 덴홀름 테슬라 이사회 의장은 수동 도어 해제 장치를 더 직관적으로 개선하고, 배터리 전압이 낮을 때도 잠금이 자동 해제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규제는 중국 내 판매 차량에 적용되지만, 파급력은 국경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상하이 소재 컨설팅업체 오토모빌리티의 빌 루소 창업자는 “중국은 전기차 제조와 스마트 주행 기술의 선두 주자로,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규제 기준을 선도하는 위치에 올라섰다”며 “중국이 먼저 정한 안전 기준을 글로벌 제조사들이 따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테슬라 2022년형 모델3의 기계식 도어 해제 장치 접근성을 문제 삼아 조사에 착수했고, 유럽 규제 당국도 관련 기준 도입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결정이 전기차 디자인 트렌드 전반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공기역학과 미학을 앞세운 ‘숨김형 손잡이’ 시대가 저물고, 비상 상황에서 누구나 즉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 안전 설계가 글로벌 표준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