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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농마트 흑역사②] 규정이 바뀌자, 운명이 바뀌었다

규정은 바뀌었고,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친구를 들이기 위한 제도 개편’은 어떻게 가능했나
최고가 입찰의 외피 아래 사라진 검증과 책임
무혐의 뒤에 남은 이해충돌의 질문들
그리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정치적 배후 의혹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다농마트의 퇴출은 계약 해지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칼은 먼저 규정에 꽂혔다.

그리고 그 규정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한 방향을 향해 차근차근 움직였다.

 

■ 이사장 취임 이후, 가장 먼저 바뀐 것

 

이춘기 전 마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취임하자 공단 내부의 공기가 달라졌다.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운영 효율화’와 ‘공정성 강화’였다. 그러나 그 변화의 파장은 기존 상인들에게, 특히 다농마트에 집중됐다.

 

공단은 ‘마포농수산물시장 운영관리규정’을 손봤다.

계약기간은 짧아졌고, 임대료 인상 폭은 커졌으며, 계약 해지 요건은 한층 까다로워졌다. 반면 입찰 참가 자격과 관련된 진입장벽은 사실상 사라졌다.

 

정리하면 간단하다.

기존 사업자는 버티기 어려워졌고, 새로 들어오는 사업자는 누구나 가능해졌다.

 

■ 규정 위에서 결정된 낙찰

 

바뀐 규정 위에서 열린 입찰의 결론은 ‘경보유통’이었다.

 

마포구시설관리공단은 2020년 8월 31일, 마포농수산물시장 내 마트매장 운영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고, 9월 28일 경보유통과 계약을 체결했다.

 

경보유통은 자본금 1천만 원. 설립된 지 한 달 남짓한 신생 법인이었다.

대표자 역시 대형 유통시설 운영 경험이나 실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최고가를 써냈다.

다농마트가 납부하던 월 임대료는 약 7,400만 원.

경보유통이 제시한 금액은 4억1,956만7,000원. 기존의 약 6배에 달했다.

 

문제는 이 금액이 ‘한 번의 베팅’이 아니라, 매달 감당해야 할 조건이었다는 점이다.

 

■ 최고가 입찰, 그러나 사라진 검증

 

공단은 “최고가 공개경쟁입찰은 가장 투명하고 공정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행법은 다른 길도 열어두고 있다.

 

계약의 목적과 규모, 성격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거나 사전심사를 통해 적격자만 입찰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다.

재무상태, 이행 실적, 기술능력, 계약 수행 능력을 검증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공단은 이 절차를 선택하지 않았다.

누구도 경보유통의 운영 능력을 따지지 않았고,

누구도 그 선택에 책임지지 않았다.

 

■ ‘그들의 계획’은 어디서 시작됐나

 

 

취재를 종합하면, 이춘기 전 이사장 취임 이후 조 모 씨와 장 모 씨는 공단 내 사무공간에 입주했다. 명목은 ‘클로버농축산업’, ‘고엽제전우회 적폐청산위원회’였다.

 

그러나 조 씨는 고엽제전우회 회원 명단에 없었고,

적폐청산위원회 역시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단체로 확인됐다.

입주 과정에서 별도의 검증은 없었다.

 

이들은 거의 매일 함께 움직였다.

식당을 옮겨 다니며 “다농마트를 내보내고 우리가 해보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이 정황은 한 식당 사장의 제보로 외부에 알려졌고,

이후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로 확산됐다.

 

■ 구의회에서 터져 나온 공개 질의

 

결국 문제는 마포구의회로 올라왔다.

국민의힘 강명숙 전 의원(현 마포구청 정책실장)은 구정질의에서 이춘기 전 이사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강 의원은

△상인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운영관리규정을 개정한 점

△공단 이사 수를 4명에서 7명으로 늘린 점

△다농마트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뒤 이사장 측근과 연관된 업체가 입주한 점

△2020년 행안부 경영평가 D등급

△전례 없는 6억 적자 운영과 17억 적자 예산 편성 등을 하나씩 짚었다.

 

강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경보유통은 누가 봐도 마트매장 낙찰을 받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자본금 1천만 원 회사가 매출 500억 원 규모의 대형 마트를 운영하는 상황 자체가 구민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조영덕 전 의장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운영 능력 검토 없이 계약했다면 공단 책임이다.”

“관계자들과의 친분을 부인하다가 인정한 경위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 전대 시도, 그리고 멈춘 감독

 

논란은 계약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경보유통은 실제 입점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매장 내 일부 코너에 대해 전대계약을 추진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마트매장은 다농마트와 공단 간 명도 소송이 진행 중이었고, 경보유통 역시 입주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곧 입주가 가능하다”며 전대 계약을 체결했고, 이 과정에서 허위 부동산을 담보로 제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계약은 해지됐지만, 전대 시도 자체는 중대한 규정 위반이다.

그러나 공단 차원의 즉각적인 조치나 계약 재검토는 없었다.

 

■ “모르는 일”이라던 답변, 그리고 남은 정황

 

이춘기 전 이사장은 줄곧 말했다.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적 없다.”

“규정대로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후 유동균 당시 마포구청장과의 통화 녹취에서,

“내가 마트를 친구 주겠다는 게 뭐가 문제냐”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이 녹취 외에도,

이 전 이사장과 조 씨·장 씨가 함께 움직이며 다농마트 퇴출 이후 운영 계획을 언급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초기에는 친분을 부인하다가 이후 지인 관계를 인정했지만, 종합적 설명이나 책임 있는 해명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 무혐의, 그러나 질문은 남았다

 

경찰 수사 결과는 무혐의였다.

그러나 형사 책임이 없다는 판단이 곧 공직자로서의 책임까지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

 

공단 이사장은 공공기관장이다.

자신과 친분 있는 인물이 연루된 업체가 규정 개정 이후 수혜를 입는 구조가 형성됐다면,

이는 이해충돌방지법상 사적 이해관계자 관련 직무 수행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금전 거래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다.

 

■ 규정이 바뀌자, 운명이 바뀌었다

 

이 사건에는 지시 문서도, 명시적 명령도 없다.

대신 규정이 바뀌었고, 절차는 합법의 외형을 갖췄으며, 책임은 흩어졌다.

 

그 결과,

23년간 시장을 지켜온 다농마트는 떠났고,

그 자리는 이사장의 지인과 연결된 회사가 차지하기 직전이다.

 

우연의 연속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설계된 구조였을까.

 

■ 다음 질문은 이것이다

 

규정은 누가, 왜, 어떤 방향으로 바꿨는가.

그 규정 위에서 누가 이익을 봤는가.

그리고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가.

 

지이코노미는 다음 편에서

이 규정 위에 올라탄 ‘83억 원 보증금’의 실체,

그 자금을 둘러싼 전대 시도와 감독 공백,

그리고 정치권과의 접점 의혹을 집중 추적한다.

 

규정이 바뀌자 운명이 바뀌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운명이 누구를 위해 설계됐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 연재 예고

제1부 | 사라진 23년, 누가 다농마트를 죽였나

제2부 | 규정이 바뀌자 운명이 바뀌었다

제3부 | 83억은 어떻게 설계됐나

제4부ㅣ전대는 왜 조사되지 않았나

제5부 | 공익의 이름은 왜 그 자리에 있었나

제6부 | 침묵한 권력, 남겨진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