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한 나라의 국가부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이 크게 제약될 수 있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분석이 나왔다. 부채 증가로 정부의 이자 부담이 확대되면 금리 조정 여력이 줄어 물가와 고용 안정이라는 통화정책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2030년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BIS는 ‘축소되는 재정 여력의 위험’ 보고서를 통해 정부 부채가 GDP 대비 약 60%를 상회하는 시점부터 재정의 완충 능력이 빠르게 약화된다고 분석했다. 1960년 이후 미국의 장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결과다. 미국은 2004년 부채비율이 60%를 넘은 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2024년 122% 수준까지 급증했다. 확장재정과 감세 정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다는 평가다.
문제는 부채 확대가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에 사실상 제동을 건다는 점이다. 금리를 올리면 정부의 이자 부담과 국채 차환 위험이 커지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못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BIS는 시장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며 물가 상승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이러한 딜레마에 직면한 대표적 사례로 일본이 거론된다. 일본의 정부 부채비율은 GDP 대비 200%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금리 인상 시 재정 부담이 급증하고 금리 억제 시 통화가치 약세가 심화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초저금리 유지 과정에서 좀비기업 증가와 산업 혁신 둔화라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프랑스 역시 높은 부채비율과 함께 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가 제기되는 국가로 지목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정부 부채비율은 GDP 대비 50% 미만이지만 상승 속도가 빠르다. IMF는 2028년 처음으로 60%를 넘긴 뒤 2030년에는 60%대 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 역시 장기적으로 60% 돌파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부채 증가 배경에는 고령화에 따른 연금·건강보험 지출 확대, 국방비 증가, 대외 투자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공기업과 공공기관 부채 또한 잠재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채권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재정 부담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아직 재정이 통화정책을 제약하는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정책 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부채비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국채금리 상승과 신용 리스크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 통화당국의 정책 선택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