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고흥의 겨울은, 말 그대로 ‘숨겨진 보물’처럼 다가온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바다의 풍경 속에서, 고요한 위로를 느낄 수 있다. 인파에 떠밀리지 않는 익금해수욕장과 두원 풍류해수욕장, 그곳에서 만나는 겨울 바다는 유독 따뜻하게 다가온다. 바다의 깊은 숨결을 들이마시며, 그 속에서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은, 오히려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남열해돋이해수욕장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새벽의 공기 속에서 해가 떠오를 때,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 순간, 온몸이 서늘해지지만, 어쩐지 가슴 속엔 따스한 온기가 흐른다.
고흥에는 이렇게 겨울 바다가 있다. 그 바다의 고요함 속에,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일상에서 벗어나 한층 더 가까워진 자연을 만난다. 바다가 주는 여유는 마치 시간을 멈추게 만드는 듯, 그렇게 고요한 위로를 느끼게 한다.

쑥섬으로 가는 길은 고요하고 아늑하다. 섬을 천천히 걸으며 바라보는 바다의 물결은 지나가는 시간마저 잊게 만든다. 바람은 차고, 바다는 낮게 인다. 하지만 그 고요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두고, 고요히 자신과 마주한다. 쑥을 이용한 요리와 음료를 맛보는 일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쁨이다. 그 맛은 마치 겨울의 차가움을 뚫고 나오는 따뜻한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다.
고흥의 맛은 그 자체로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매생이 칼국수는 부드러운 면발과 바다 내음이 어우러져, 한 입 떠먹을 때마다 온몸이 녹아드는 느낌을 준다. 매생이 떡국은 신선한 굴이 들어가 깊은 맛을 선사하며, 그 한 그릇으로 겨울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런 음식들이 바로 고흥의 겨울을 온전히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고흥의 겨울은 삼치와 굴로도 유명하다. 특히 나로도 삼치는 그 맛이 예술이다. 삼치는 겨울이 깊어질수록 더욱 맛있어지며, 육질은 탄탄하고, 고소한 기름이 올라 그 맛이 더 풍부하다. 구워 먹으면 바삭한 껍질이 고소함을 더해준다. 삼치탕수나 삼치커틀렛과 같은 색다른 요리는, 이곳의 겨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겨울의 고흥에서 꼭 맛봐야 할 신선한 굴은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바다의 맛이 그대로 입안에 퍼져 온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준다. 겨울에 갓 잡은 굴을 먹는 것은, 고흥의 바다를 그대로 경험하는 것과 같다.

고흥에서의 밤은 별들로 가득하다. 우주천문과학관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은 정말 특별하다. 겨울 밤하늘의 별빛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빛난다. 망원경을 통해 달의 크레이터를 들여다보고, 멀리 떨어진 행성들을 찾아볼 수 있는 경험은 잊을 수 없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별을 바라보는 순간, 우주의 신비함과 함께 마음도 고요해진다. 이 모든 것은 고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고흥의 겨울은 시끄럽고 복잡하지 않다. 대신 바다와 자연, 맛있는 음식들이 속삭이듯 다가온다. 고흥에서 겨울을 보낸다면, 그 모든 순간이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