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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시선] 무신사 IPO, 10조원은 꿈인가 현실인가

불과 2년 만에 세 배 뛴 기업가치, 시장은 ‘고평가’ 경고
PER 143배 적용해야…국내외 패션·플랫폼 밸류 대비 이례적
성장률·신사업 확장 근거로 10조원 설득 가능성 주목
IPO 성패, 투자자에게 내놓을 ‘스토리’의 힘에 달려

무신사가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복수의 증권사에 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며 2~3년 내 상장을 목표로 준비에 착수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은 절차가 아니라 ‘숫자’였다. 무신사가 목표로 내세운 기업가치 10조원. 불과 2년 전 3조5000억원 수준에서 세 배 가까이 급등한 밸류는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먼저 현재 기업가치와의 괴리가 문제다. 무신사는 2023년 시리즈C 투자에서 3조5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근 구주 매입을 검토 중인 글로벌 사모펀드 EQT파트너스조차 약 4조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평가치와 회사의 기대치 간 간극이 뚜렷하다.

 

기업가치 10조원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수익성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이 적용돼야 한다. 지난해 무신사 당기순이익은 698억원.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PER(주가수익비율)은 143배에 달한다. 국내 주요 패션 기업 LF(6배), F&F(5.8배), 한섬(7.8배), 신세계인터내셔날(11배)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며, 쿠팡(41배)과 비교해도 3배가 넘는다. 업계에서 “패션 플랫폼의 PER이 10~20배를 넘으면 고평가”라는 인식이 일반적인 점을 감안하면, 무신사가 요구하는 143배는 현실적인 수용 범위를 넘어선다.

 

PER이 과도하다면 매출 대비 기업가치(EV/Sales)를 대안 지표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무신사의 목표치는 글로벌 피어그룹 대비 상단에 위치한다. 2023년 매출(1조2427억원)에 10조원을 대입하면 EV/Sales는 약 8배. 조조타운(2.4배), 잘란도(2.3배), 마이테레사(4.1배), 쿠팡(5.6배)보다 높은 수치다.

 

다만 무신사에 유리한 해석도 있다. 조조타운의 최근 EV/Sales 배수가 5~6배라는 점을 적용하면, 무신사 가치는 6조2000억~7조5000억원 선으로 산출된다. 여기에 최근 4년간 연평균 37.7% 성장률을 반영한 올해 매출 추정치(1조7111억원)를 적용할 경우, 기업가치는 8조6000억~10조3000억원까지 확대 가능하다. 다시 말해, 무신사의 매출 성장 스토리가 지속적으로 입증된다면 ‘10조원 밸류’라는 숫자가 전혀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니다.

 

무신사의 강점은 뚜렷한 성장 곡선이다. 매출은 2022년 7085억원, 2023년 9931억원, 2024년 1조2427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영업이익도 2023년 86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1028억원 흑자로 전환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 실적 역시 매출 2929억원, 영업이익 176억원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업 확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무신사는 패션에 국한하지 않고 뷰티·오프라인 리테일·해외 진출로 외연을 넓히는 중이다. 특히 금융 자회사 무신사페이먼츠와 케이뱅크의 전략적 제휴는 플랫폼 회원과 소상공인을 겨냥한 금융 상품 출시로 이어지며 ‘종합 생활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꾀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IPO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관건은 투자자 설득이다. 무신사가 내세운 10조원이라는 파격적 목표는 단순 계산상으로는 지나치게 높지만, 장기 성장성과 신사업 확장성,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스토리텔링이 결합된다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IPO 시장은 단순히 숫자 게임이 아니다. 투자자는 밸류에이션 공식만이 아니라 기업이 만들어내는 서사와 미래 비전에 투자한다.

 

무신사의 IPO는 그래서 ‘숫자의 싸움’이 아니라 ‘이야기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면, 10조원이라는 목표는 허황된 꿈이 아니라 도전 가능한 현실이 된다. 그러나 성장성에 대한 신뢰 확보에 실패한다면, 시장은 차갑게 등을 돌릴 것이다.

 

10조원이라는 숫자가 시장을 압도할 수 있을지, 아니면 거품 논란에 휘말려 사라질지. 무신사가 투자자에게 내놓을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IPO 흥행의 열쇠는 결국 시장이 믿을 수 있는 ‘스토리’에 있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