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곧 돈이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불거진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인력 구금 사태는 이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글로벌 대규모 투자가 일정에 발목 잡힐 때, 손실은 하루 단위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건설중인 HL-GA 배터리 공장 전경 이미지.[사진=HL-GA Battery Company]](http://www.geconomy.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3637090613_8987f5.jpg?iqs=0.7877433950929695)
HL-GA는 총 43억달러, 약 6조원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완공되면 연간 30GWh, 전기차 30만대분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북미 핵심 거점이 된다. 당초 올해 말 가동이 목표였지만 이미 내년 초로 일정이 미뤄졌다. 이번 체포·구금 사태는 추가 지연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에 불을 붙였다. 문제는 이러한 지연이 단순한 행정 차질이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업계는 HL-GA가 안정화 이후 연간 6000억원 수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할 것으로 본다. 하루 단순 계산만 해도 약 16억원, 한 달이면 480억원의 기회 이익이 증발한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가치’다. 자본비용과 기회비용을 고려한 순현재가치(NPV) 개념으로 환산하면 30일 지연만으로도 160억~2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다. 숫자는 냉혹하다. 투자자와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시간 리스크다.
여기에 지체상금(LD)과 인센티브 지연이 추가된다. 국제 EPC 계약에서 적용되는 하루당 계약가 0.05~0.1%의 지체상금은 HL-GA 규모에서 하루 수백만달러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조지아주가 약속한 세제 혜택과 보조금 역시 일정 준수와 고용 창출을 조건으로 한다. 마일스톤이 늦어질수록 지원금 지급 시점도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가 늦어지는 순간, 기업 재무구조에 삼중의 압박이 가해지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 11조8304억원의 매출과 86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실적의 핵심은 전기차 배터리다. 신규 미국 공장 가동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성장의 뿌리와 직결된다. 현대차 역시 HL-GA를 북미 전기차 전략의 교두보로 삼아왔다. 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현지 배터리 공급망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일정이 흔들리면 기업 전략 전체가 흔들린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비자 문제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투자에 내재한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해외 대규모 투자는 언제나 시간과의 싸움이다. 공정이 하루 늦어지는 것이 곧 수십억, 수백억 손실로 환산되는 냉혹한 현실이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드러났다.
정부와 기업 모두 이번 사건을 ‘고용법 위반’이라는 좁은 틀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투자 일정과 규제 리스크, 노동 관리, 그리고 현지 정부와의 약속이 얽힌 총체적 구조 속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간=돈’이라는 교과서적 명제가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기업의 발목을 붙잡는 순간은 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