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사회에서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 결과는 단순한 정권 비판을 넘어 미국 정치 지형 전반의 균열을 보여주고 있다.

갤럽과 AP-NORC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0%가 국가가 “정상 궤도를 벗어났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지난달 대비 눈에 띄는 상승세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공화당 지지층 내부의 불만 증가다. 불과 한 달 전 76%에 달했던 공화당 지지자들의 ‘국가 현황 만족도’가 68%로 하락했고, ‘잘못된 방향’이라고 답한 비율은 29%에서 51%까지 급등했다. 45세 이하 공화당 지지층에선 61%가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가 민주당·무소속 진영은 물론 집권 여당 지지 기반에서도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정치학자 피터 로지는 이를 두고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매우 나쁜 신호”라고 분석했으며,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 매트 맥더모트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국제정치적 함의는 분명하다. 국내 정치의 불안정은 대외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무역전쟁, 동맹 재편, 이민 규제와 같은 정책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논란을 불러왔다. 여기에 내부 지지 기반마저 약화된다면 미국의 대외정책 추진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균열은 단기적으로는 공화당 내 차기 대권 구도를 둘러싼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트럼프주의(Trumpism)’가 공화당의 핵심 이념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당내 비판세력에 의해 수정·견제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결국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단순히 대통령 개인의 인기 하락을 넘어, 미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구조적 도전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의 불만이 향후 선거 지형은 물론 국제질서의 향방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는 워싱턴의 정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