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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시선] LF 이사회, 왜 늘 관료 출신인가

10년째 반복되는 관료 편중 사외이사
패션·유통 전문성 사라진 이사회
상법 요건만 내세운 전관 인사 논란
구본걸 체제, 독립적 견제 기능 부재

패션기업 LF(구본걸 회장)의 사외이사 선임 관행이 또다시 전직 경제 관료 중심으로 이어지며 ‘전관예우’ 논란을 재점화했다. 기업 경영을 감시·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사실상 총수 방패막이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LF는 패션 기업이다. 브랜드 경쟁력 강화, 소비 트렌드 분석, 글로벌 유통 대응이 전략의 핵심이다. 하지만 최근 LF 이사회 구성은 이러한 전략적 방향성과 괴리가 크다. 지난 20일 LF는 윤창호 한국공인회계사회 상근부회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윤 이사는 재무부·금융위원회 출신 경제 관료다. 기존 사외이사 중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 김재홍 이사를 포함하면, 사외이사 3명 중 2명이 관료 출신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관료 편중 인사는 우연이 아니다. 2015년 이후 LF가 선임한 사외이사 9명 중 6명이 관료 또는 법조계 출신이었다.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국무조정실장 등 공직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이 이사회에 들어온 사례가 반복됐다. 이는 구본걸 회장 체제 아래 지속돼온 LF의 고유한 인사 패턴이다.

 

LF 측은 “상법 시행령에 따라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은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여야 한다”는 요건 충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는 절반의 해명에 불과하다. 회계·재무 전문가는 공인회계사, 기업 CFO, 금융 실무자, 학계 전문가 등 다양한 풀(pool)에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LF가 반복적으로 관료 출신만 선임하는 배경에는 경영 감시보다 대관·규제 대응을 우선시하거나, 사외이사를 총수 방패막이로 인식한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사외이사 제도의 핵심 목적은 기업 총수를 견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LF 이사회는 10년 넘는 관료 편중 인사로 인해 다양성과 독립성을 상실했다. 패션·유통 분야 실무 경험이 있는 사외이사는 단 한 명도 없으며, 브랜드 전략·시장 확장·미래 소비자 분석 등 핵심 경영 사안은 이사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LF 이사회는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곳이 아니라, 규제와 법률 리스크만 점검하는 곳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LF는 국내 패션 시장 상위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지배구조 투명성은 그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본걸 회장 체제 아래 이어져 온 관료 중심 사외이사 선임 관행은 이사회 독립성을 훼손하고, 경영 감시 기능을 약화시켰다. 업계에서는 “왜 LF 이사회는 관료 출신에 편중돼 있는가, 왜 패션·유통 전문가는 배제돼 왔는가, 왜 사외이사 제도가 총수 방어용 안전판처럼 운영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기업 신뢰는 네트워크가 아닌 구조로 확보된다. LF가 상법 요건을 명분으로 전관 인사를 반복하는 한, 지배구조 문제는 잠재적 리스크로 남는다. 이제 LF는 기업 미래를 고민할 진짜 전문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이사회 독립성을 회복해야 한다. 견제 없는 권력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