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해남 곳곳에서 바람의 결이 달라지고 있다.
학교에서 시작된 변화가 마을로 퍼지고, 골목 상권의 활기가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오래 방치됐던 농촌의 빈집엔 정돈이 더해지고 있다. 군정이 책상 위 정책에 머물지 않고 생활 속 피부로 느낄 변화로 번져가는 모습이다.
최근 열린 주민·교육·마을의 합동 축제 ‘해남 아우름 한마당’을 기점으로, 소상공인 지원 사업, 빈집 정비, 생활용수 공급 확충 등 해남군의 3대 체감형 정책이 잇따라 주목받고 있다.
■ 주민–교육–마을 공동체가 처음으로 ‘한자리’
2천명 발걸음… “같이 해야 진짜 변화가 온다”
지난 6일, 해남동초등학교 운동장은 평일 낮인데도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2025 해남 아우름 한마당’에 약 2,000명의 주민이 모이며 그야말로 해남 공동체의 종합 축제판이 펼쳐진 것이다.
무엇보다 전국적으로도 드문 주민자치·교육자치·마을자치가 함께 만든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했다.
학생과 학부모, 주민과 마을 활동가, 교육지원청과 군청 실무진까지 한 자리에 섞여 '서로의 역할과 노력을 공유'한 자리는, 그 자체로 지역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꿈누리센터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황현필 강사가 ‘지역의 가치와 정체성’을 주제로 한 강연이 현장의 공감을 끌었고, 초·중 10개교의 ‘우리동네 예술학교’ 발표는 아이들이 배운 내용을 지역 문제 이해와 예술적 감각으로 승화시켜 박수갈채를 받았다.
해남영재교육원 학생들은 1년간 연구한 프로젝트 성과물을 전시해 “교육이 곧 지역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한편, 운동장에서는 우수 공동체·으뜸마을·주민자치위원 시상식과 각종 체험부스, 축하공연, 우수사례 발표가 이어지며 “행정이 아니라 주민이 주인공인 축제”라는 분위기가 흐렸다.
김성술 추진위원장은 “기관이 행사 하나 치르고 끝내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만든 축제라는 점에서 값지다”며 “함께한 경험이 쌓이면 해남만의 공동체 문화가 단단히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 군비 직접 투입, “딱 필요한 곳부터 챙겼다”… 민생경제에 온기
특례보증 확대, 점포환경 개선, 임차료 지원, 먹깨비·상품권 선순환...지역경제 회복과 자영업자 살림살이 개선을 향한 해남군의 접근법은 ‘지원은 하되, 체감이 우선’이다.
올해만 26억원, 18개 사업을 펼쳤고, 그중 23억원 규모 14개 사업은 군비로 직접 발굴해 추진했다. 말 그대로 ‘해남식 민생경제 대책’이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업은 ‘특례보증 3종 지원’.
담보가 부족하거나 매출이 들쭉날쭉한 영세 상인을 위한 제도로, 한도를 기존 3천만원에서 5천만원까지 확대했다. 대출이자의 3%를 2년간 지원하고 보증수수료도 덜어주며, 129곳이 약 50억원을 이용했다. 코로나 이후 매출 회복이 더딘 업장을 중심으로 “숨통이 트인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점포경영개선사업도 반응이 뜨겁다.낡은 간판, 바닥재, 인테리어, 화재예방 설비 지원 등으로 올해만 92곳이 문턱을 넘었고, 신청 조기 마감이 될 만큼 반향이 컸다.
여기에 첫 창업자 임차료 지원사업까지 더해져 “초기 비용만 덜어줘도 실패율은 확 줄어든다”는 자영업 현실을 정확히 짚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배달수수료·카드수수료·전기요금 지원 등 고정비 부담 줄이기 지원, 공공배달앱 ‘먹깨비’ 활성화,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온라인 홍보지원, 해남사랑상품권 8천억원 판매 성과까지 이어지며 지역 안에서 돈이 도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공공배달앱 먹깨비는 주문 115% 상승, 가맹점 37% 증가로 “이젠 배달앱 수수료 걱정 줄어든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농촌 풍경까지 바꾸는 정책… “빈집 처리, 이제는 해남이 속도낸다”
1,235동 전수조사 → 등급별 DB 구축 → 2026년 사업 60% 확대,농촌 마을의 난제였던 ‘빈집 문제’도 해남이 본격적으로 손대기 시작했다.
마을 한 켠에 비어있는 집 한 채는 미관 문제를 넘어 안전사고, 범죄 우려, 주거환경 침체까지 불러온다.
해남군은 1,235동의 빈집을 전수조사해 등급별 DB를 구축했고, 2024년 96동 철거를 시작으로 2025년 146동 정비에 나섰다.
2026년에는 국비 포함 7억원 확보로 사업 규모를 전년 대비 60% 이상 늘린다. 군은 단순 철거로 끝내지 않고, 농촌공간정비사업·마을 유휴공간 활용 프로젝트와 연결해 “없애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새로움을 담겠다”는 계획이다.
아이들 뛰노는 작은 텃밭, 주민 사랑방, 귀농인 체험주택, 마을 공유창고 등 활용 모델도 거론되고 있다.
■ “2029년이면 해남 전역에 맑은 수돗물”
계곡지구 농어촌생활용수 140억 확정… 상수도 공백 메운다
마지막 조각이 채워진다면 정주 여건은 한층 안정된다.상수도 보급률이 낮았던 계곡·마산면 지역의 숙원이었던 농어촌생활용수 개발사업이 2026년 신규 확정됐다.
이번 사업은 옥천–계곡–마산을 잇는 상수도 공급망 완성 사업으로, 국비·도비·군비 포함 140억원이 투입된다. 지하수 의존과 가뭄 시 식수난 문제를 겪어온 지역에 “수질·급수 불안 해소”라는 실질적 효과가 기대된다.
사업이 차질 없이 이어지면 2029년에는 해남 전 지역 상수도 공급 체계가 비로소 완성된다.
군 관계자는 “생활용수는 농촌 정주여건의 기본”이라며 “누구나 깨끗한 물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행정이 움직이고, 주민이 참여하고, 지역이 변화한다”
교육–경제–정주환경이라는 세 분야가 한꺼번에 개선되면서, 해남군정의 결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이 내려가는 방식’에서 ‘군민이 함께 만드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울타리 밖으로 교육이 퍼지고, 골목 상권이 살아나고, 마을이 정돈되고, 생활 인프라가 채워지는 변화는 군민 삶의 질과 직결된 변화다.
해남군의 다음 행보는, 이러한 변화를 지속 가능한 흐름으로 만드는 일이다. “좋아지는 느낌”이 “멈추지 않는 변화”로 자리 잡을 때, 해남은 한 계단 더 올라설 것이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이번 변화의 흐름을 일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고 군민이 체감하는 생활 변화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명 군수는 “행정이 앞서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군민과 함께 방향을 정하고 속도를 맞춰가는 군정이 되어야 한다”며 “학교·마을·지역이 연결되는 공동체 기반 위에 민생경제와 정주여건 개선을 더해 ‘살고 싶은 해남’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지역이 움직이고, 행정이 받쳐주고, 군민이 함께할 때 변화는 더욱 단단해진다. 해남군의 ‘함께 만드는 변화’가 앞으로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