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라남도 보성군의 작은 항구, 율포항이 이제 국가어항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향해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다.
보성군은 3일, 율포항의 국가어항 지정을 위한 기본설계비 9억 원이 2026년 정부예산안에 반영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예산 편성을 넘어, 2015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중앙정부와 끈질기게 협의해온 국책사업이 드디어 전환점을 맞았음을 의미한다. 오랜 시간 지역의 비전으로 품어온 '국가어항 율포항'의 밑그림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셈이다.
그간 율포항은 지방어항으로 분류되어 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항만 기능이 눈에 띄게 강화되며 새로운 가능성을 드러냈다. 방파제 설치, 회천수산물 위판장 증설, 해양환경 정비 등 지속적인 기반시설 확충을 통해 율포항은 어업과 관광이 공존하는 남해안의 핵심 거점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여기에 매년 증가하는 관광객과 지역 어민의 경제 활동이 활기를 더하며, 항구는 점차 해양경제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이번 기본설계비 예산 반영은 중앙정부가 율포항의 미래 가치를 지역 인프라 차원을 넘어, 국가 단위의 해양 전략 거점으로 인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기본설계가 마무리되고 국가어항으로 정식 지정되면, 총 717억 원 규모의 국비가 순차적으로 투입된다. 어선 접안 능력 확대, 냉장·냉동시설 및 어구 보관장 등 어업 인프라는 물론, 관광·레저 시설과 친수공간 조성까지 아우르는 복합 해양플랫폼 개발이 본격화된다.
보성군은 이 사업을 '100년 어촌 전략'으로 규정하며, 단기적 개발을 넘어 장기적인 지역 혁신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해양경제를 이끄는 구조로 설계된 율포항 개발계획은 어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관광 활성화, 그리고 해양환경 보전이라는 세 축을 균형 있게 반영하고 있다.
향후 KTX-이음의 개통으로 전국 주요 도시와의 연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면, 율포항은 더 이상 전남 보성군만의 항구가 아니다. 고흥·장흥·강진 등 인근 시군과 연계한 남해안 광역 해양산업 벨트를 형성하며, 남해안 전체를 아우르는 해양관광 허브로 도약할 가능성이 열린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 관광객 유입, 일자리 창출 등 다방면에서 농어촌 지역의 소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성과의 뒤에는 정치와 행정의 유기적인 협력이 있었다. 문금주 국회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의 지속적인 중앙정부 설득과 김철우 보성군수의 집요한 행정력은, 지역 현안이 어떻게 국가 의제로 발전해 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2015년부터 10년 가까이 축적된 정책 추진과 전략적 대응의 결실이다.
김철우 군수는 "율포항은 이제 남해안 해양경제의 중심지로 우뚝 설 준비를 마쳤다"며, "수산업 기반과 해양관광이 함께 자라는 지속가능한 어촌을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예산 확보는 보성의 미래 해양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며, 어민들의 삶의 질과 지역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된 조감도에 따르면, 향후 율포항은 기존 어업 기능을 넘어 관광, 물류, 레저를 포괄하는 복합 해양거점으로 개발된다. 기존 항만시설과 연계한 친수공간, 해양체험장, 문화관광 플랫폼 등이 들어서며, 주민과 방문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열린 항구'로 변모하게 된다. 이는 해양도시로서의 보성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하며, 지역 브랜드 가치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0년 전, 율포항은 그저 작은 지방어항에 불과했다. 그러나 ‘국가어항’이라는 꿈을 품은 이들의 긴 여정은 이제 막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남해안의 조용한 포구였던 율포항이 해양경제 시대의 상징적인 전환점으로 기록될지, 그 다음 항해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