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한화가 미국 필라델피아(필리)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준비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한·미 양국 간 방산 협력이 한층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 부문 사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한국 언론 간담회에서 “한화필리조선소는 한국이라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과 함께 핵추진 잠수함 공동 생산을 실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앤더슨 사장은 “현재 인력 확충과 생산성 개선, 시설 투자, 한국 조선소의 기술과 모범 사례 이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버지니아급 잠수함 설계·건조·운용 경험을 갖춘 인력을 영입하는 등 미국 내 전담 조직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해군 출신으로 34년간 복무하며 함정 도입과 유지·보수, 현대화 사업을 총괄한 인물로, 지난해 10월 한화디펜스USA에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그의 합류가 향후 미 해군 함정 수주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의 실제 건조 시점에 대해서는 “양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필리조선소가 특정 함종에 국한되지 않고 핵추진 잠수함 전반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미국에서는 필리조선소가 미 해군용 핵잠수함을, 한국에서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이 한국형 핵잠수함을 담당하는 구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도 참석했다. 웡 CSO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 내에서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조선업 기반을 재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필라델피아는 그 전략의 핵심 거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 백악관 국가안보 수석부보좌관을 지낸 인물로, 1기 행정부 당시에는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 부대표로 활동했다. 지난해 9월 한화에 합류했다.
웡 CSO는 “미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조선업 재건 의지를 분명히 했고, 그 과정에서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포함한 다양한 함정을 건조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는 한국에서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을 건조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양국 정부의 결정에 맞춰 충분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1500억 달러(약 217조 원) 규모의 조선업 투자 패키지와 관련해서는 “공동성명 발표 이후 아직 세부적인 자금 집행 구조를 조율 중”이라며 “양국 모두 가능한 한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황금함대’ 구상을 언급하며, 미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이 한화와의 협력 아래 건조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간담회는 해당 발표 이전에 열려 구체적인 함정 건조 계획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한편, 한화필리조선소가 아직 미 군함 건조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필리조선소는 민·군 겸용 조선소로 운영되고 있다”며 “미 정부 관계기관과 협력해 필요한 인허가와 인증을 단계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