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국내 중견 해운사 장금상선이 공시 의무 이행 평가에서 또다시 최하위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투명경영’을 외쳐온 경영 기조와 달리, 실제 경영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공시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8일 공개한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공시이행 점검 결과’에 따르면, 장금상선은 총 13건의 공시 의무를 위반해 전체 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많은 위반 건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부과된 과태료만 2억6900만 원으로, 금액 기준 역시 1위다.
이는 올해 점검 대상인 50개 기업집단 전체 위반 건수(146건)의 약 9%에 해당하는 수치다. 삼성 등 주요 대기업 집단이 한 자릿수 위반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장금상선의 공시 관리 수준은 사실상 낙제점에 가깝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장금상선은 최근 3년 연속 공시 의무 위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누적 위반 건수만 21건에 달한다. 한국앤컴퍼니, 태영, 한화 등과 함께 ‘상습 위반 그룹’으로 분류됐지만, 위반 규모와 과태료 수준에서는 단연 가장 두드러진다.
실제로 과태료 규모만 놓고 보면 장금상선은 2위권 기업들과도 큰 격차를 보인다. 한국앤컴퍼니(2947만 원), 삼성(2022만 원)과 비교해도 10배 가까운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공시 관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는 이번 위반 사례 상당수가 ‘지연 공시’에서 비롯됐으며, 신규 담당자의 미숙함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이를 단순 실무 착오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수조 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집단이 수년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관리 시스템 부재 혹은 경영진의 인식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된 항목은 대규모 내부거래와 기업집단 현황 공시다. 해당 항목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여부와 계열사 간 부당 지원을 감시하는 핵심 장치로, 고의적 누락이나 지연은 시장 감시 기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공시는 기업이 시장과 맺는 최소한의 약속”이라며 “이를 반복적으로 어긴다는 것은 투명경영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묻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도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반복 위반 기업을 대상으로 별도 설명회를 열고 현장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상습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과태료 가중 등 제재 수단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장금상선은 ‘보이지 않는 경영’을 택한 대가로 더 강한 규제의 문 앞에 서게 됐다. 글로벌 해운사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내부 통제와 책임경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