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겨울 바다의 맛은 조용히, 그러나 깊이 스며든다. 전남 고흥의 겨울이 그렇다. 북적이는 성수기 관광지처럼 요란하진 않지만, 그 바다 속엔 계절이 품은 미식의 정수가 묵직하게 담겨 있다.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굴은 더욱 통통해지고, 이 계절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매생이는 고흥 겨울의 식탁을 은근히 빛낸다.
겨울철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고흥은 제철 수산물을 앞세워 계절형 미식 여행지로서의 존재감을 조용히 키우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의 화려한 플레이팅보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그대로의 신선함과 손을 덜 댄 소박한 조리법이 이곳 밥상의 미덕이다. 그 중심에 ‘피굴’과 매생이가 있다.
고흥의 굴은 이미 이름난 식재료다. 단단하면서도 탱탱한 식감, 씹을수록 퍼지는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며, 청정 해역에서 자란 굴이라는 점은 지리적 표시 수산물 제22호로도 공인됐다.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라, 수질과 생산 이력, 지역성이 함께 인증된 것이다. 이러한 굴의 진가를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요리가 바로 피굴이다.
피굴은 고흥 굴을 껍데기째 삶아 맑은 육수와 함께 내는 방식으로, 양념을 최소화해 굴 본연의 맛에 집중한다. 국물은 시원하고 담백하며, 속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비록 반찬처럼 상에 오르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고흥 바다의 맛을 한 숟가락에 담았다는 평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특히 겨울철 기력 보충 음식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고흥을 찾는 이들이 빠뜨리지 않고 찾는 메뉴가 됐다.
이 피굴의 인기는 이제 여행지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고흥몰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굴과 피굴을 주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으며, 제철에만 맛보던 겨울 바다의 맛이 이제는 일상의 식탁까지 스며들고 있다. 지역 수산물 소비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피굴이 겨울 바다의 깊이를 보여준다면, 매생이는 그 부드러움으로 기억된다. 금산면 월포 일대에서는 제철 매생이로 끓인 떡국과 칼국수가 겨울철 밥상의 단골 메뉴로 자리 잡았다. 가늘고 연한 매생이는 국물 속에서 부드럽게 풀어지며 특유의 식감을 더한다. 한 숟갈 뜨면 은은하게 퍼지는 바다 향이 겨울의 찬 기운을 잠재우듯 몸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이곳에서 매생이 요리는 관광객만의 경험이 아니다. 주민들의 겨울 식탁에서도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화려한 조리보다 재료의 상태에 집중하기에, 제철이 지나면 흉내조차 낼 수 없다. 그래서 겨울이야말로 고흥을 찾아야 할 이유가 된다.
여정도 자연스럽다. 거금도로 향하는 길목엔 거금대교가 놓여 있고, 그 인근 휴게소에선 매생이호떡과 유자호떡 같은 겨울 간식이 기다린다. 바다를 건너는 길에 잠시 멈춰 따뜻한 간식을 맛보는 그 순간이 여행의 리듬을 다르게 만든다. 고흥 특산물인 유자와 매생이를 활용한 이 간식들은 고흥의 겨울 풍경과도 참 잘 어울린다.
고흥의 겨울 미식은 하나의 메뉴로 설명되지 않는다. 바다와 마을, 길이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진다. 특정한 맛집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지역 곳곳에 스며든 먹거리가 여행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더욱 깊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된다.
고흥군은 피굴과 매생이 같은 제철 수산물을 중심으로 겨울 관광 수요를 넓혀가고 있다. 수산물과 관광 자원을 연결하고, 온라인과 현장 소비를 함께 확대하며 계절형 관광 구조를 정착시키는 중이다. 고흥의 겨울 바다는 그 자체로 지역 먹거리와 여행을 잇는 단단한 기반이 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고흥의 겨울 바다가 키운 피굴과 매생이는 건강과 미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표 먹거리”라며, “제철 수산물 중심의 미식 콘텐츠로 겨울 여행의 매력을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