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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칼럼] “ESG는 삶이고, 중심은 언제나 사람이다”

입춘이 오기 약 스무날 전인 지난달 12일, ‘봄의 전령사’라 불리는 세복수초가 한라산 중산간에서 꽃을 피웠다. 작년에는 2월 14일에 첫 꽃망울을 터뜨렸다니, 한 달가량 빠른 개화였다.

 

입춘과 우수 절기가 든 2월이다. 바야흐로 2026년의 봄이 왔다. 사계절이 뚜렷하던 삼천리금수강산에 계절의 추이가 흐트러진 지 오래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과 겨울이 또 금방 올 텐데, 올해 이 땅의 기상이변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네 삶의 질을 바꾸어 놓을까.

 

달력을 넘겨 본다. 4월엔 ‘지구의 날’이 들어 있고, 9월엔 ‘푸른 하늘의 날’도 있다. 기념일은 해마다 제자리에 돌아오지만, 그 날짜가 가리키는 하늘과 계절은 더 이상 예전처럼 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 ESG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보고서 속 지표와 점수로만 남아 있는 ESG가, 지금 우리의 일상과 위기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가.

 

ESG생활연구소는 2023년 9월 20일, 국회에서 ‘푸른 하늘의 날(9월 7일)’에 즈음해 ‘제1회 대한민국 ESG 생활대상 시상식’을 치렀다. 당시 연구소는 언론 등을 통해 “ESG는 기후 위기, 사회 위기, 그리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밝히며, ESG의 지향 가치로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를 제시한 바 있다.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살고,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길에 ESG생활연구소도 동행하겠다는 뜻이었다.

 

핵심은 분명하다. ESG는 관리가 아니라 삶이다. ESG는 기업의 홍보 언어도, 금융의 계산식도, 정책의 장식물도 아니다. 그것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일하며, 어떤 공간에서 살고, 누구와 책임을 나눌 것인가에 대한 생활의 선택이다. 점수가 아니라 태도이며,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고, 내일을 버텨낼 수 있는 사회의 체력이다.

 

말로 하는 ESG는 넘쳐난다. 그러나 삶이 바뀌지 않는 ESG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이 ESG는 사람의 하루를 바꾸는가. 이 ESG는 위기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가. 보여주기 위한 ESG가 아니라, 버텨내기 위한 ESG여야 하지 않는가.

 

ESG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환경은 사람 없이 존재하지 않고, 사회는 존엄 없이 지속되지 않으며, 지배구조는 책임 없이 공허하다. 기후 위기는 생활의 위기이고, 노동 문제는 존엄의 문제이며, 지배구조는 신뢰의 문제다. ESG의 출발점과 종착점은 언제나 사람이다.

 

ESG생활연구소는 평가하기보다 기준을 세운다. 착한가를 묻기보다 지속 가능한가를 묻고, 유행을 따르기보다 시간을 견디는지를 본다. 생활 속 ESG의 원칙과 언어를 축적하는 일, 그것이 이 연구소의 역할이다.

 

ESG는 제도가 아니라 운동이어야 한다. 공동의 실천이어야 한다. 그래서 생활 속 ESG 사례를 기록하고, 이름을 불러주며, 그렇게 살아온 사람과 공동체를 사회의 기억으로 남긴다. 대한민국 ESG 생활대상은 ‘상’이 아니라 사회적 기억 장치다.

 

결국 ESG는 보고서의 문장이 아니라, 우리의 하루를 지탱하는 생활의 윤리다. 오늘 내가 버린 것과 고른 것, 남에게 넘긴 책임과 내가 감당한 책임이 모여 내일의 공동체를 만든다.

 

ESG가 다시 삶이 되는 날까지, 숫자보다 사람을, 유행보다 지속을 택하겠다. 이것은 ESG생활연구소가 끝내 지키려는 약속이다.

 

 

정인자 ESG생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