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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운주사 ‘남겨진 돌, 흐르는 시간’… 사진으로 만나는 천년의 기억

- 돌은 말이 없지만, 시간은 또렷하다… 사진으로 읽는 운주사의 세월
- 탑과 불상이 건네는 묵직한 메시지, 화순 문화관에서 만나다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 화순의 산자락 아래에서, 오래된 돌들이 다시 말을 걸고 있다. 침묵 속에 묻혀 있던 시간의 흔적은 사진을 통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며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와 관련해 화순군은 화순군립운주사문화관에서 소장 작품을 활용한 사진전 ‘남겨진 돌, 흐르는 시간’을 지난 7일부터 오는 3월 11일까지 열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운주사에 남아 있는 석탑과 불상, 그리고 그 위에 켜켜이 쌓인 세월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정적’이다. 화려한 연출도, 과한 설명도 없다. 대신 사진 속 탑과 불상이 조용히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런데 묘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돌들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듯하다. 이른바 ‘무언의 스토리텔링’이다.

 

전시에는 좌불상과 석불 군상, 다층 석탑 등 운주사의 주요 문화유산이 렌즈에 담겼다. 어떤 사진에는 안개가 내려앉아 있고, 또 다른 장면에서는 햇살이 부서진다. 계절과 시간, 날씨가 바뀌어도 같은 자리를 지켜온 돌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버티는 미학’을 보여준다. 요즘 말로 하자면, ‘찐 클래식’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단순한 풍경 사진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의 시선은 돌 하나, 균열 하나까지 집요하게 따라간다. 그 결과 탑의 기울기와 불상의 마모 흔적까지 고스란히 기록됐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장면들이 사진 속에서는 또렷하게 살아난다. 현장에서는 “이런 모습이 있었나”라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전시는 문화관이 소장 중인 운주사 관련 사진 가운데 엄선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수년간 축적해 온 기록물 중에서 주제성과 완성도를 기준으로 선별했다. 말 그대로 ‘베스트 컷 모음집’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 문화유산을 꾸준히 기록해 온 문화관의 노력 역시 자연스럽게 읽힌다.

 

관람객 반응도 비교적 긍정적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사진 애호가와 역사에 관심 있는 중장년층까지 관람층이 다양하다. “사진을 보고 나니 직접 가보고 싶어진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전시가 관광과 현장 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은근히 ‘입덕 유발 전시’다.

 

이와 함께 이번 전시는 운주사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사찰을 넘어, 독특한 석불 문화와 신앙 유산을 품은 공간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환기한다. 더 나아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향한 지역사회의 공감대 형성에도 의미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정석 문화예술과장은 “운주사 탑과 불상이 지닌 문화적 가치를 사진으로 충실히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문화유산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문화관 운영 시간 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조용히 걷고, 천천히 보고, 오래 남기는 전시다.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에 지친 이들에게는 오히려 더 잘 맞는 ‘슬로 전시’다. 화순의 돌들이 들려주는 시간의 이야기는 지금도 문화관 안에서 묵묵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