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 AI 반도체 경쟁의 중심이 ‘연산’에서 ‘메모리’로 이동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AMD와 삼성전자가 손을 잡으며 글로벌 판도 변화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18일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약 3시간 동안 만찬 회동을 갖고 차세대 AI 반도체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양사는 고대역폭메모리(HBM4) 우선 공급을 비롯해 메모리·컴퓨팅 전반에 걸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삼성전자의 최신 HBM4가 AMD 차세대 AI 칩에 탑재된다는 점이다. 해당 메모리는 엔비디아에 이어 AMD의 신형 AI 칩 ‘인스팅트 MI455X’에도 적용될 예정으로, AI 반도체 경쟁에서 핵심 자원으로 부상한 HBM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스팅트 MI455X’는 추론 성능을 기존 대비 10배 이상 끌어올린 AMD의 전략 제품으로, 엔비디아 독주 체제를 견제할 핵심 카드로 평가된다. AMD가 삼성전자의 첨단 메모리를 선택한 것은 성능 경쟁력뿐 아니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의 협력은 메모리에 그치지 않는다. 리사 수 CEO는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전영현 DS부문 부회장과 만나 파운드리 수주와 차세대 반도체 공동 연구를 포함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특히 AMD가 기존 TSMC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생산 파트너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리며 삼성 파운드리 수주 가능성도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이번 방한에서 AMD는 국내 AI 생태계까지 동시에 공략했다. 리사 수 CEO는 네이버를 방문해 최수연 대표와 만나 AI 인프라 협력 MOU를 체결하고, 대규모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에 최적화된 GPU 환경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엔비디아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AMD 기반 AI 인프라를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탈 엔비디아 전선’ 구축의 신호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 역시 특정 GPU 의존도를 낮추려는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AMD와의 협력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AMD는 한국 AI 스타트업과의 접점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업스테이지 등 주요 기업과의 개별 미팅이 예정된 가운데, 한국을 AI 반도체 전략 거점으로 삼으려는 행보가 뚜렷해지고 있다.
리사 수 CEO는 19일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만나 정부 차원의 AI 인프라 구축 및 산업 협력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본격적인 ‘연합 전쟁’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삼성·AMD·네이버로 이어지는 새로운 협력 구도가 시장의 균형을 흔들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