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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와 바흐가 한자리에? 신안 자은면에서 펼쳐진 이색 무대

- 체험과 공연이 어우러진 ‘문화가 있는 날’ 현장
- 재즈·성악·색소폰 넘나든 다채로운 무대 구성
- 신안음악협회, 섬이 가진 문화적 저력 선보여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신안군 자은면 씨원리조트가 지난 26일 저녁, 문화와 예술의 물결로 가득 찼다. ‘문화가 있는 날 구석구석 문화배달 – 예술 섬 그 자체 WITH 섬슐랭’ 행사가 열리면서, 바다와 섬이 품은 공간은 음악과 체험, 그리고 사람들의 환호로 들썩였다.

 

무대가 열리기 전, 행사장 한쪽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텀블러를 제작하거나 포토존에서 인생샷을 남기는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젊은 여행객까지 몰려들며, 이 작은 체험 부스는 어느새 활기 넘치는 문화 장터로 변신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텀블러를 들고 즐거워했고, 젊은 연인들은 리조트의 석양을 배경으로 웃음을 담아내며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

 

오후 5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단숨에 달라졌다. 바흐 첼로 무반주조곡 1번 프렐류드가 울려 퍼지자 공간은 고요하면서도 장엄한 공기로 가득 찼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이는 다름 아닌 신안 지도 출신 테너 이동신. ‘넬라 판타지아’로 감미롭게 문을 연 뒤, 뮤지컬 넘버 ‘지금 이 순간’에서는 폭발적인 성량으로 객석을 압도했다. 이탈리아 칸초네 ‘볼라레’까지 이어지자 관객들은 자연스레 손뼉을 치며 흥에 겨워했다. 무엇보다 고향 무대에 선 이동신의 모습은 군민들에게 남다른 자부심을 안겨줬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재즈보컬 남예지는 색다른 분위기를 선사했다. ‘어기여디어라’와 ‘목포의 눈물’을 자신만의 재즈 보컬 색깔로 풀어내며 익숙한 선율을 새롭게 들려줬다. 이어 ‘CENTERPIECE’에서는 재즈 특유의 즉흥적 매력을 마음껏 발휘해 관객을 사로잡았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가수 찬브로가 무대에 섰다. ‘그리운 섬’을 시작으로 ‘누구 없소’, ‘여러분’을 열창하자 현장은 금세 감동의 물결로 가득 찼다. 노래 속에 담긴 섬사람들의 애환과 따뜻한 마음이 객석 곳곳에 스며들었다. 특히 ‘여러분’을 합창하듯 따라 부르는 순간, 공연장은 하나 된 울림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는 색소포니스트 제임스가 장식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 경쾌한 리듬으로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더니, ‘막걸리 한 잔’과 ‘테스형’에서는 흥겨움이 절정을 이뤘다.

 

마지막 곡 ‘HOW GEE’에서는 폭발적인 색소폰 연주와 관객들의 함성이 어우러지며 마치 축제의 피날레를 보는 듯했다. 막걸리와 바흐가 같은 무대에서 만나는 이색적인 장면은 신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이날 행사는 공연을 넘어, 신안 출신 예술인이 고향에서 군민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 문화의 상징성을 지닌 자리로 남았다.

 

신안음악협회가 주관해 마련된 무대는 섬이 가진 문화적 저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예술을 통해 지역민과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지는 장이 됐다.

 

문안나 신안음악협회 지부장은 “고향 예술인들을 무대에 초대해 함께한 시간이라 더욱 뜻깊었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널리 알리고, 예술을 통한 소통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인 신안군수 권한대행(부군수) 역시 “이번 행사가 군민과 관광객이 함께 교감하는 문화의 장이 됐다”며, “신안군의 섬 문화가 가진 가치를 널리 알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체험과 공연이 조화를 이룬 이날 행사는 섬마을의 일상 속에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관객들은 “이 작은 섬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무대를 만날 줄 몰랐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고, 현장은 뜨거운 박수와 웃음으로 가득 찼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신안군은 ‘예술이 있는 섬’이라는 브랜드를 한층 더 굳건히 다져가며, 앞으로도 군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풍요로운 문화의 장을 지속적으로 펼쳐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