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신안군이 주최하고 (사)한국분재협회가 주관한 ‘2025 ABFF 컨벤션&대한민국 분재 대전’이 지난 11월 7일부터 5일간 1004섬 분재정원에서 열리며, 섬 전체를 분재 예술의 무대로 바꿔 놓았다.
막은 이미 내렸지만, 현장을 다녀간 이들 사이에서는 “조금 더 보고 싶었다”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
신안군은 그동안 ‘신안의 해상정원’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섬과 정원을 결합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제14회 대한민국 분재 청송 작품전, 황해교류박물관과의 교류 전시 등으로 분재와 정원 문화를 차근차근 쌓아 왔고, 이번 대전은 그 결실을 집약해 보여준 자리였다.
이번 대전에는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예선을 통과한 300여 점의 명품 분재가 출품됐다. 전시작 중에는 20억 원대 가치가 매겨진 작품뿐 아니라, 중국에서 130년을 살아온 고분(古盆) 분재, 100년 세월을 품은 단풍 분재도 포함돼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한 작가는 “우리 집은 장농에 이불이 없다. 대신 화분만 쌓여 있다”며 “아버지대부터 이어온 분재가 이번에 함께 전시됐다”고 웃으며 말해, 작품에 담긴 세월과 집안의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전시장 한켠에서는 ‘자연의 모습’을 최대한 살린 소사나무와 신안 자생목들이 남도를 대표하는 수종으로 주목받았다.
소사나무는 자연스럽게 꺾인 줄기와 잔가지의 흐름만으로도 한 폭의 수묵화를 떠올리게 했고, 신안 자생 소사나무와 곰솔, 사철나무, 남도 특유의 수종들은 “남도 대표 분재”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일부 작품은 국전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컨벤션 대표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문치호 (사)한국분재협회 중앙회장은 “분재는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나무 예술”이라며 “한 그루에 담긴 시간과 손길이 세대를 관통한다”고 설명했다.
또 “분재는 나무와 화분이 서로 잘 맞아야 비로소 작품이 된다”며 “전시가 끝나면 나무와 화분을 다시 분리해 휴식을 주고, 다음 연출을 위해 다시 조합한다. 이 과정 전체가 자연예술이라는 점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세계분재우호연맹(WBFF)과 중국 바오딩 가든 등 아시아태평양 10개국 분재 대표들이 신안을 찾아 이번 대전의 위상을 함께 높였다.
이들은 신안 자생목과 남도형 분재를 “아시아태평양을 대표할 만한 분재 양식”이라고 평가하며, 향후 국제 교류 확대를 위한 교두보로 신안군을 주목했다. 신안군이 국내를 넘어 국제 분재 문화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기점이 된 셈이다.
전시장에는 서울, 대구 등 대도시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섬까지 와서 분재를 본다는 게 색다른 경험”이라며, “한 작품 한 작품이 풍경처럼 서 있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보게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안 가거도의 자연 경관을 축소해 옮긴 분경(盆景) 작품은 특히 인기가 높았다. 해안 절벽과 섬 능선을 형상화한 분경을 두고 관람객마다 “마음이 시원해진다”, “쓸쓸한데 편안하다” 등 서로 다른 감상을 내놓았고, 작가들은 마삭줄과 같은 수종을 활용해 섬 지형과 바람, 바다의 느낌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행사 기간 동안 1004섬 분재정원은 그 자체로 하나의 ‘해상정원 전시장’이었다. 나무와 화분의 조화뿐 아니라, 주변 바람길과 빛의 방향, 관람객의 시야 높이까지 고려한 연출이 곳곳에 배치됐다.
관람객들은 하루 중 시간대에 따라 빛의 각도가 달라지며 분재의 표정이 바뀌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마주했다. 한 관람객은 “아침과 오후, 같은 나무인데 전혀 다른 느낌”이라며 “전시라기보다 살아 있는 정원을 산책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1004섬 분재정원에서 열린 국제 분재 행사가 큰 차질 없이 마무리되어 의미가 깊다”며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분재정원을 세계적인 명품 정원으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분재는 다자(多者)의 눈을 즐겁게 하는 동시에 스스로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섬세한 예술”이라며 “정원 관리와 연구, 국제 교류를 함께 강화해 분재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분재 대전의 막이 내려간 1004섬 분재정원에서는 또 다른 계절의 준비가 한창이다. 신안군의 대표 겨울 축제인 ‘2025 섬 겨울꽃 축제’가 12월 19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축제 기간 동안 2만 그루의 애기동백나무에서 피어나는 4천만 송이의 붉은 동백꽃이 분재정원의 고요한 풍경과 어우러지며, 섬 전체를 붉은 빛으로 물들이게 된다.
분재가 남긴 고요한 여운 위로 동백꽃이 더해지면, 신안의 해상정원은 다시 한 번 다른 표정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