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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로 문을 열었다…무안서 확인된 ‘정책 기류의 변화’

- 전남도 정책비전 투어 현장, 군공항 논쟁 이후 달라진 무안의 분위기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 무안군 정책비전 투어가 열린 15일 오후, 무안읍 승달문화예술회관 앞 풍경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행사 개시 한참 전부터 회관 입구에는 김산 무안군수를 중심으로 100여 명의 군청 직원과 군민들이 양옆으로 길게 도열해 김영록 전남지사를 기다렸다. 정적이 흐르던 순간, 김 지사가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림은 곧 환호로 바뀌었다. ‘김영록’이라는 이름이 연호처럼 울려 퍼졌고, 박수 소리는 회관을 가득 채웠다.

 

불과 2년 전인 2023년 12월, 같은 무안에서 열린 정책비전 투어와는 전혀 다른 장면이다. 당시에는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정점에 이르며, 행사장 진입을 둘러싸고 몸싸움과 고성이 오갔고, 결국 폭력 사태로까지 번졌다. 김 지사를 향한 비난과 반대가 회관 앞을 가득 메웠던 기억을 떠올리면, 이날의 풍경은 180도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변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광주 군공항 이전을 격렬하게 반대하던 무안 지역 여론은,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을 계기로 점차 균열이 생겼고, 국가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찬성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이날 환영 장면은 그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 열기는 회관 안에서도 이어졌다. 승달문화예술회관 소강당에서 열린 정책비전 토론회에는 200여 명의 군민이 몰려 좌석을 가득 채웠고, 자리가 부족해 통로와 벽면에 선 채 토론을 지켜보는 군민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간에 자리를 뜨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소강당 특유의 아늑한 공간감 속에서, 도지사와 군민은 단상과 객석을 넘어 서로의 표정과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마주했다. 자연스럽게 분위기는 대형 행사가 아닌, 동네 설명회에 가까운 ‘가족적인 장’으로 흘러갔다.

 

김산 무안군수는 환영사에서 현재 무안이 맞닥뜨린 변화의 지점을 짚었다. “무안은 지금 분명한 전환점에 서 있다”며 “RE100 기반 분산에너지 특화 국가산단, AI 첨단농산업 융복합지구, 무안국제공항 정상화, 무안·신안 갯벌의 국가해양생태공원 지정과 세계유산 등재 추진까지, 무안의 지도를 바꿀 과제들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악·오룡 신도시를 언급하며 “군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 살고 있는 만큼 교육·문화·체육 인프라를 갖춘 신도시 완성이 중요하다”며 “이제는 방향 설정을 넘어 실행 속도를 높일 때”라고 강조했다.

 

 

김영록 전남지사의 인사말은 과거를 돌아보는 이야기로 시작됐다. 김 지사는 “2년 전 이맘때, 무안에서 도민과의 대화를 하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그때는 행사장 문턱을 넘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솔직히 마음도 많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진통이 있었기에 오늘처럼 무안의 미래를 차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이어 “무안은 전라남도 행정수도이자 서남권의 관문”이라며 “사람과 물류, 첨단산업이 하늘길을 통해 연결되는 글로벌 에어시티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전남연구원 김현철 부원장은 무안의 발전 잠재력과 중장기 비전을 설명했다. 발표에서는 무안갯벌을 중심으로 한 생태·해양 관광, 농업 AX를 기반으로 한 첨단농업 전환, 무안공항과 철도를 축으로 한 산업·물류 구조가 주요 축으로 제시됐다. 특히 신도시와 농촌이 분절되지 않고 상생하는 구조가 무안 발전의 관건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이어진 정책현안 토론에서는 준비된 질문보다 즉석 발언이 더 많이 나왔다. 해제면 주민은 무안황토갯벌랜드 야간관광 조성을 언급하며 “연간 15만 명이 찾는 관광지인데, 해가 지면 발길이 끊긴다”며 “머물 수 있는 밤을 만들어야 관광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농공단지 관계자는 입주 기업 수에 비해 특화지원 규모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고, 전통시장 상인은 출생기본소득 지급 방식이 지역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에 대한 고민을 제기했다. 어업인은 낙지 자원 감소 문제를, 이장단에서는 오룡지구 죽산IC 연결도로 개설을 통한 교통 분산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영록 지사는 질문 하나하나에 직접 답하거나, 해당 사안을 담당하는 실·국장에게 설명을 요청하며 즉석에서 의견을 주고받았다. 공항 이전과 SOC 확충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 책임 아래 풀어가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무안이 실질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행사장 밖 로비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무안군 특산품 전시 공간을 김영록 지사와 김산 군수가 함께 둘러보며 군민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고, 양파·고구마 등 특산물 앞에서는 웃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도 이어졌다. 딱딱한 보고회가 아닌, 잔치에 가까운 분위기가 행사 전반을 감쌌다.

 

마무리 발언에서 김영록 지사는 “무안은 전남의 심장과 같은 곳”이라며 “심장이 힘차게 뛰어야 몸 전체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김산 군수도 “오늘 토론은 무안과 전남이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가고 있다는 걸 확인한 자리”라고 의미를 정리했다.

 

이날 무안에서 열린 정책비전 투어는 하나의 일정에 그치지 않고, 2년 전 갈등의 기억 위에서 지역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혔다. 환호로 시작해 대화로 이어진 현장은 무안과 전남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번 정책비전 투어는 현안을 놓고 일방적인 설명이 아니라 군민과 직접 마주 앉아 의견을 듣고 방향을 조율하는 자리였다”며 “무안의 여건과 목소리를 도 정책에 충실히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