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도 KPGA 이종수 프로와 함께하는 더블액션 시즌2 〈투어프로 더블액션〉 ‘스윙기술 편’ Chapter 2의 과학적 이해를 위해, 뇌와 손의 관계를 시작으로 스윙 기술적 논쟁과 오해를 같이 생각하고 재정립하는 내용을 준비했다.
※모든 설명은 오른손잡이 기준이다.
WRITER 양이원
양프로의 한마디 과학이란 ‘진리’로 여겨지는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현재 시점의 정설’이라고 보는 게 옳다. 현시점의 과학(적) 이론은 언제고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혹자는 그래서 슬프다지만, 필자는 오히려 설렌다. ‘또 무슨 신박한 것이 발견될까!’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골프에서 ‘현재의 과학적 이론’도 골프게임의 퍼포먼스(성과)를 올리는 수단 정도로 받아들이자. 스포츠는 이론만큼이나 실제 성과가 중요한 것이니 말이다. 다만 근거 없는 주장보다는 현재의 과학적 진리를 토대로 삼는 건 중요하다. 그 과학적 진실이 달라졌을 때 또 새로운 진리를 받아들일 열린 마음은 더 중요하고. |
손 VS 몸
클럽을 제어하는 건 손일까, 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클럽을 쥐고 있는 손이 골프클럽을 제어하는 것이다.
지난 호에서 ‘골프는 몸이 아니라 뇌가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는데, 칸트는 ‘손은 바깥으로 드러난 또 하나의 두뇌’라는 선견을 제시했고 현재까지 연구로는 맞는 말이다. 따라서 클럽을 제어하는 ‘주인’은 손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손을 사용하면 새로운 생각도 만들어져
손은 뇌의 명령을 받는 운동기관이면서, 뇌에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감각기관이다. 심지어 손을 사용하면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실제로 손을 사용하면 전두엽(대뇌피질의 운동 피질) 자극하고, 전두엽은 그 자극을 해석할 뿐만 아니라 창의적 활동을 하는 것이다.
‘신경전달 속도’를 아십니까
‘손재주가 좋다’는 말이 있다. 이는 해부 생리학적으로 어깨, 팔, 손으로 연결되는 근육을 기능적으로 잘 사용하는 것을 말하며, 더 구체적으로는 수용기에서 신경섬유를 자극할 때 나타나는 신경 전위가 적절히 일어나고, 반사 메커니즘도 잘 작동하는 것을 말한다.
좀 더 언급하면, 신경섬유는 신경 전위를 근육으로 전하는데, 섬유의 굵기에 따라 신경의 전달속도에 차이가 난다. 섬유의 지름이 1마이크론일 때, 신경의 전달속도는 초속 6m이며, 이 신경 전달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정보의 취득과 반응 속도가 빨라진다. 당연히 지능과도 직결된다.
운동신경의 굵기, 성인 되면 발달 멈춘다
골프에 쓰이는 ‘운동신경’은 어떨까? 초당 72~120m의 어마어마한 속도로 ‘신호’를 전달한다. 신경섬유가 그만큼 굵어야 운동신경이 발달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 운동신경의 굵기는 청소년기에 성장하다 어른이 되면 성장을 멈춘다는 것이다.
필자가 레슨 현장에서 15세까지는 어린아이들에게 공던지기를 자주(몰아서가 아닌) 연습시켜야 성인이 되어 모든 운동을 잘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공도 손으로 직접 세팅하자
두뇌의 핵심인 전두엽은 지능과 운동중추를 관장하는데, ‘손가락을 움직이는 미세한 운동을 통해 활성화’된다. ‘손을 적게 사용하면 뇌 발달도 확대되지 않는다’는 뇌과학계 석학의 연구발표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필자는 손의 미세한 감각의 유지 및 발달을 위해, 골프연습장의 볼 공급 자동화 시스템에 반대한다.
특히 주니어 골퍼는 클럽헤드로 골프공을 셋업 위치에 가져다 놓을 때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가며 공을 옮기는 루틴을 만들기를 권장한다. 지금 당장부터라도 좋다.
‘그립이 스윙의 절반’이라는 이유
손과 운동중추인 대뇌(전두엽)의 불가분의 관계 때문에 골프스윙에서 그립의 역할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골프 그립에 가하는 압력과 별도로 클럽을 제어(클럽헤드의 Path, Speed, Angle에 대한 제어)하는 ‘프레셔포인트’가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구체적으로, ❶왼손 그립을 잡는 소지, 약지, 중지는 스윙의 힘과 움직임을 인지하며, 왼 손목의 코킹과 언코킹의 정보를 대뇌(전두엽)로 전달한다.
그리고 ❷왼손 엄지를 감싸며 누르고 있는 오른손 엄지손가락과 금성구(손바닥에서 엄지 뿌리 쪽 두툼한 부분)는 스윙 플레인을 따라 다니는 왼팔의 움직임과 손과 연동하는 오른 팔꿈치의 ‘접힘과 폄의 정보’를 대뇌로 전달한다. 물론 오른 팔꿈치를 접고 펴는 데 힘을 보태주진 않는다.
마지막으로 ❸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른손 검지 첫째 마디’다. 이 부위가 그립의 뒷부분을 감싸고 있기에 클럽 샤프트를 인지할 수 있게 하고, 헤드 스피드와 헤드의 위치를 감지한다. 그 덕에 전두엽은 힘을 쓰는 시점이나 속도 등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다운스윙 시 클럽 샤프트는 급가속으로 휘어지기 때문에 클럽제어에 더욱 중요한 부위가 이곳이다.
자! 이제 ‘골프클럽을 제어한다’는 것은 ‘양손이 가진 신경적 재주로 아주 순간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이해해두자.
다음에 언급하는 모든 내용도 손의 제어력을 기본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한가지 상기할 것은 손을 ‘덜 쓰는 것’도 손과 뇌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Hinge! hinging!’ 그 방법과 개별적 논쟁 |
힌지란 무엇인가
‘힌지’는 골프스윙을 기계적인 움직임(Mechanism)으로 인체에 대입한 것이다. 1차 레버 시스템(지렛대)의 받침점인 왼쪽 어깨는 힌지의 기본 배열이고, 오른팔은 힘을 내는 ‘펌프’ 같은 도구, 그립을 잡은 양손은 이동과 회전이 가능한 도구(연장)로 생각하면 된다.
다만 여기서 인체는 기계와 다르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인체는 그 축이 흔들릴 수 있는 점(균형문제) 때문에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피벗 동작’을 잘 익혀야, 원하는 볼의 비행을 만들 수 있다.
또한, 해부학에서 자유도 3도에 해당하는 양 손목은 악수하는 모양에서 수직 방향으로 코킹과 언코킹, 수평 방향으로 물고기의 꼬리가 좌우로 움직이듯 힌징과 언힌징하게 된다.
헤드스피드 60%를 담당하는 힌지
힌지 동작은 중력 가속과 더불어 클럽 헤드스피드의 60% 정도를 담당하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클럽의 길이와 필드에서의 상황(라이) 및 스윙목적에 따라 다르게(Vertical,Angled, Horizontal) 선택할 수 있다.
이와 연계하여 백스윙 시 스윙 플레인(셋업 시 볼에서 어깨에 이르는 경사각)을 따라 어깨와 흉추 그리고 골반이 회전하고 힌지되는 것이, 파워를 축적하고 연쇄적인 다운스윙에 이상적이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개인의 셋업 방식, 신체 구조에 따라 스윙플레인은 제각각이기 때문에 ‘너무 가파르다’와 ‘완만하다’는 평가는 신중해야 한다.
참고로 힌지 동작이 왼팔 라인과 수평으로 이루어진 ‘angled hinge’라면, 플레인이 완만한 경우 ‘horizontal hinge’와 유사해지고, 플레인이 가파른 경우는 ‘vertical hinge’에 가까워지는데, 이 힌지에 따라 스윙플레인과 클럽페이스의 정렬이 변형될 수 있다.
힌지의 3가지 분류 |
①Vertical 힌지
양손의 손목(요측 굴근, 척측 신근)을 사용하여 왼손 엄지를 하늘 방향으로 향하는 각도로 샤프트가 가파르다. 이때 프레셔포인트는 오른손 엄지 아래쪽이다.
보통 짧은 클럽, 벙커샷, 플롭샷, 레이업 같은 짧은 구간에서 사용한다. 참고로 풀스윙 시 다운스윙 초기에 중력을 이용한 가속에 사용한다. 전달하는 파워는 크지 않지만, 방향성 편차가 적은 편이다.
②Horizontal 힌지
왼손등이 플랫(flat) 또는 보잉(bowing) 되기 때문에, 다운스윙 시 좀 더 강한 임팩트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힌지 각도다.
즉, 임팩트 존에서 fore arm(아래 팔뚝, 전완)과 손목이 ‘수평적으로 턴오버’됨으로써 왼손등이 지면을 보며 볼을 강하게 압축(눌러치게)하게 된다. 물론, upper arm(위 팔뚝, 상완)과 가슴근육도 활성화되기 때문에 그 지렛대효과는 최대 헤드스피드를 조력하며, 다운스윙 시 헤드가 닫히게 된다.
주로 드라이버를 포함한 긴 클럽에 사용하면 유리하지만, 방향성 편차가 커질 수 있다. 참고로 오른손은 수평적 움직임이 필요한데 이런 의미에서 오른 손목이 수직으로 꺾이지 않기 위해 때론 ‘오른 팔꿈치만 접는 방법’이 제시되기도 하며, 필자도 사용한다.
③Angled 힌지
위 버티컬 힌지와 호리잔틀 힌지의 중간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미들 클럽 레인지에 사용될 수 있고, 스트레이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손목(코킹) 언제 풀면 되나요?” 논쟁 |
레슨 현장에서도 임팩트 구간을 지날 때까지 손목을 ‘잠근상태’로 스윙하도록 하거나, 이를 위해 오른 팔꿈치를 더 좁게 구부리거나 몸쪽으로 당기는 다운스윙을 권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는 물리학적으로 클럽이 길거나 코킹이 많이 남아있으면 클럽헤드의 이동 거리는 길어지는데, 왼 손목 회전 각도와 클럽헤드 각도는 그대로이니 코킹이 빨리 풀려서 클럽헤드의 이동 거리가 짧아지는 것에 비해 헤드스피드가 더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체’ 특성상 임팩트 시점까지 손목 풀기를 늦추려면 그만큼 큰 ‘역 손목 잠금 토크’를 가해 주어야 한다. 쉽게 말해 중력, 가속도 등 때문에 자동으로 풀리는 코킹을 억지로 제어할 만큼 손목의 힘이 좋아야 한다. 거기에 신체균형과 가동성 등이 기능까지 탁월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인이라면 헤드스피드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카이스트 이종원 박사의 연구 결과(2009, 골프랩 참조)에 따르면, 다운스윙에 걸리는 0.2~0.3초 중에서, 임팩트를 0.1~0.15초 남겨둔 시점부터는 손목이 풀려야 헤드 속도를 최대로 가져갈 수 있다. 다운스윙 과정에서 샤프트가 지면과 평행인 지점부터는 손목이 풀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단강하선’ 즉, 사이클로이드는 경사면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 사이클로이드 원리를 활용해 다운스윙하는 골퍼는 다운스윙 시 오른 팔꿈치를 적극적으로 펴야만 임팩트까지 다운스윙 커브의 반지름 길이가 유지된다.
때문에 ‘임팩트 직전까지 손목 코킹을 풀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은 인체(생체)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부상 위험 등 무리가 있다.
기술적으로도 ‘임팩트 시 디로프팅’을 통해 볼을 강하게 압축해야 하는 골프스윙은 Lag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임팩트 시 왼 손목은 플랫하게 펴져야 하고, 샤프트 기울기를 통해 오른팔과 손목의 ‘웨지’는 유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개인차는 있으나 적어도 임팩트 전까지 손목(코킹)은 중력 가속과 더불어 점진적으로 풀어지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의미의 릴리즈’는 탑 스윙에서 임팩트에 이르는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보는 게 옳다.
선수들은 어떨까? 사실 선수들은 특별히 이를 고민하지 않고 이미 짜여놓은 ‘센서시스템’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스윙하고 있다.
“백스윙할 때 체중 이동해도 되나요?” 논쟁 |
사실 백스윙 시 체중 이동에서 몸통 회전의 축을 오른쪽으로 이동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백스윙 탑에서 임팩트까지는 0.28~0.33초 정도의 짧은 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백스윙 시 이동시킨 축을 다시 되돌리는데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이다.
대부분의 선수가 그렇듯이 상체의 위치를 우측으로 옮기는 것보다는 오른발바닥의 ‘압력’만 옮겨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다만
①몸의 중심을 우측으로 아주 약간 이동했다가 백스윙 탑에 도달할 즈음 원래 중심으로 돌아오거나
②타깃 쪽으로 임팩트 포지션을 살짝 만들어주는 포워드프레스를 했다가 백스윙을 시작하거나
③오른발바닥을 비비듯 하며 압력을 옮기는 등의 ‘트리거 방식’은 매우 유효
하며, 특히 드라이버 장타에서 역동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반면 필드에서 경사면이나 숏 게임 등에 사용하면 오히려 미스샷(대표적으로 뒤땅, 타핑)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기본스윙에서 백스윙할 때의 ‘체중 이동은 선택(소극적)’이고, ‘압력이동은 필수(적극적)’다. 참고로 다운스윙에서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체중 이동과 압력이동 모두 필수다.
“백스윙할 때 오른 팔꿈치 써도 되나요?” |
백스윙 시 오른 팔꿈치 사용 여부는 케·바·케, 사람마다 다르다.
(1) 손목 유연성이 부족한 골퍼
아무래도 연령이 높을수록 몸(soma)이 전체적으로 굳어있기 때문에 손목도 잘 꺾이지 않게 된다. 특히 유연성이 부족하며 작고 두꺼운 손은 손목이 잘 꺾이지 않기 때문에 ‘왼손가락 그립을 놓치는 보상패턴(Loosened Grip)’이 발생한다.
그립의 두께와 그립 조정 및 손목 유연성을 확보하는 컨디셔닝을 통해, 그립을 놓치지 않는 범위까지만 손목을 꺾는 연습이 필요하다.
(2) 손목 유연성이 과도하게 많은 골퍼
“유연하면 할수록 좋은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입문 시기에 적절히 해결(제어)해두지 않으면 볼의 풀-훅 구질로 크게 고생할 수 있는 타입이다.
이런 타입은 손바닥과 손가락의 힘이 동시에 약한 골퍼인 경우가 많아 왼손바닥 그립을 놓치는 현상이 나올 수 있다. 이런 골퍼는 힌지의 양을 절반 이상으로 줄이는 방법 또는 힌지 없이 오른 팔꿈치를 접는다는 의도로 뇌명령어를 만들면 좋다.
(3) 손목은 꺾지만 오른 팔꿈치가 접히지 않는 골퍼
어깨경직이 강한 골퍼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립과 셋업 조정 및 손목을 꺾을 때 오른 팔꿈치를 의도적으로 접도록 해서 ‘힘이 빠질 수 있도록’ 한다.
한편 몸이 매우 유연한 주니어 골퍼에서도 보이는데 이때는 일단 일반적인 성장 과정으로 보고, 의도적인 조정은 보류한다. 물론 지켜보면서 개별적 모션(기하학적)과 액션(운동역학적)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정은 가능하다.